당뇨 환자 과일 섭취 (적정량, 섭취시간, 피해야 할 과일)

솔직히 저는 당뇨 환자분들께 간식 제한을 설명할 때마다 놀랍니다. 대부분 과일은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해서 제한 대상이 아닌 줄 아시거든요. 귤 2개, 수박 2조각이 하루 적정량이라고 말씀드리면 "겨울에 귤을 한 소쿠리씩 두고 먹는데요?", "여름에 수박 1/4통을 먹는데요?"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제가 오히려 더 놀랄 때가 많습니다.

당뇨 환자 과일 적정량


간식 제한이 곧 과일 제한이라는 사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오해가 바로 이겁니다. 당뇨 환자분들은 간식을 줄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자나 빵만 떠올리십니다. 과일은 당연히 예외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하지만 과일은 대부분 물과 단순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당이란 우리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빠른 당분을 말하는데,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주범입니다.

실제로 사과 250g에 들어있는 당분은 250ml 콜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물론 과일 속 천연 당분이 콜라의 정제 설탕과 완전히 같다는 건 아닙니다. 과일에는 포도당, 과당, 자당이 복합적으로 들어있고 식이섬유(식이섬유란 소화되지 않고 장을 통과하면서 혈당 상승을 늦춰주는 성분입니다)와 비타민, 미네랄 같은 미량 원소도 풍부하니까요. 그래도 당분 함량 자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한국인 당뇨 환자의 하루 당분 섭취량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과일과 우유에서 얻는 건강한 당은 전체의 50%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믹스 커피, 스낵류, 빵 같은 가공식품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과일만 극단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제한으로 먹어도 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1일 적정량은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한국 당뇨병학회(출처: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제시하는 과일 섭취량은 1일 칼로리 섭취량에 따라 다릅니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하루 1회, 남성은 2회 정도 섭취할 수 있습니다. 1회 분량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과: 여성 1/3개, 남성 2/3개
  2. 배: 여성 1/2개, 남성 1개
  3. 귤: 하루 3개 이내
  4. 방울토마토: 30개
  5. 딸기: 1/3팩
  6. 수박: 삼각 모양 2조각
  7. 곶감: 1개

제가 직접 상담하면서 느낀 건, 이 분량이 환자분들 예상의 1/3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함께 과일을 먹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충격을 받으십니다. 저녁에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과일 먹는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한 가족 시간이라는 분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이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1일 칼로리 섭취량이 1500kcal라면 과일은 하루 1접시, 2000kcal라면 2접시로 계산합니다. 본인의 칼로리 필요량은 키, 몸무게, 성별, 활동량에 따라 달라지니 한국 당뇨병학회 홈페이지에서 계산해보시길 권장합니다.

과일 섭취 시간은 공복 2시간 뒤가 원칙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녁 식사 직후 바로 과일을 꺼내 드십니다. 식기를 치우고 나서 곧바로 과일 접시가 나오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죠. 하지만 식후 바로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식사로 이미 올라간 혈당에 과일 속 단순당까지 더해지면 혈당 스파이크(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혈관과 췌장에 무리를 줍니다)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식사 후 2~3시간 뒤에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당 조절이 비교적 잘 되는 분은 식후 2시간, 혈당 조절이 어려운 분은 식후 3시간 뒤가 적절합니다. 제 경험상 저녁 대신 아침 식사 후나 점심 식사 후 간식 시간에 과일을 드시도록 안내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라 유혹이 많거든요.

공복에 과일을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식사 전에 과일을 먼저 섭취하는 '거꾸로 식사법'을 실천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과일 섭취 후 2시간 뒤에 혈당을 측정해서 본인에게 맞는 과일과 분량을 찾아야 합니다. 혈당 반응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당도 높은 과일은 피하고 껍질째 드세요

요즘 마트에서는 과일 당도(브릭스, Brix)를 측정해서 표시합니다. 브릭스란 과일 속 당분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단맛이 강합니다. 대형마트들이 높은 당도의 과일만 취급하면서 과일이 점점 더 달아지고 있습니다. 맛있고 달콤한 과일을 재배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당뇨 환자에게는 독이 되는 셈입니다.

당뇨 환자에게 좋은 과일은 사과, 배, 레몬, 토마토, 아보카도입니다. 특히 사과와 배에는 펙틴(펙틴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이 풍부합니다. 딸기, 블루베리, 자몽, 체리, 키위도 비교적 괜찮습니다. 주의해야 할 과일은 자두, 포도, 귤, 오렌지, 골드키위, 복숭아, 감, 수박, 멜론입니다. 피해야 할 과일은 두리안, 리치,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입니다. 당분 함량이 매우 높거든요.

통조림 과일, 잼, 말린 과일, 농축 주스는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특히 통조림 과일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과일을 갈아 마시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식이섬유가 파괴되면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거든요.

과일 껍질에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사과, 배, 포도는 껍질째 드시는 게 좋습니다. 배 껍질에는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물질이 많고, 바나나 껍질도 차로 우려 마시면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도 높은 과일보다는 덜 익고 단단한 과일을 선택하시고, 가능하면 껍질째 드시길 권합니다.

혈당 관리는 결국 본인 상태에 맞춰야 합니다. 혈당화혈색소(HbA1c,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수치가 높거나 인슐린을 투여 중이라면 과일 섭취를 더 제한해야 할 수 있습니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동안에는 과일보다 채소 섭취에 집중하시고, 혈당이 안정된 후 점진적으로 과일을 추가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평소 믹스 커피나 단 음료를 자주 드셨다면 그걸 끊고 대신 과일을 드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공복에 과일을 드시고 2시간 뒤 혈당을 직접 측정해보시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본인에게 맞는 과일과 분량을 정확히 알 수 있거든요.

--- 참고: https://youtu.be/SzQt2ZJ7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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