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식단 관리법 (탄수화물, 혈당지수, 약물순응도)
솔직히 저는 임상영양사로 일하기 전까지 당뇨 환자분들이 식단 관리를 이렇게나 어려워하실 줄 몰랐습니다. "약만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처음 진단받으신 분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본 케이스들을 말씀드리면, 약만 복용하고 식이를 방치한 분들 중 상당수가 결국 인슐린 주사까지 가거나 심한 경우 투석까지 받게 되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당뇨 환자분들이 식단에서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그리고 왜 약물 순응도가 중요한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당뇨는 덜 먹는 병이지, 더 먹는 병이 아니다
당뇨 환자분들을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뭘 더 먹어야 하나요?"입니다. 건강보조식품을 여러 개 챙겨 드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당뇨 관리의 핵심은 무엇을 더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 먹느냐에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식단은 탄수화물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밥, 빵, 떡, 면 같은 음식들이 우리 식탁의 중심이죠.
여기서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라는 개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혈당지수란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상승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이 급격히 오릅니다. 빵, 떡, 면 같은 음식들은 대부분 혈당지수가 높아서 혈당을 빠르게 올립니다. 게다가 이런 음식들에는 흰 밀가루에 설탕까지 다량 첨가되는 경우가 많아 탄수화물과 당분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제가 만난 환자분들 중에는 "빵은 간편하니까 아침으로 자주 먹는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혈당 체크를 해보면 빵 한 개만 드셔도 혈당이 200 이상 치솟는 경우를 봤습니다.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횟수를 줄이거나, 통밀빵처럼 상대적으로 혈당지수가 낮은 종류를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면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수, 라면, 파스타 모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주범이므로 가능한 한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흰 쌀밥 논란과 현실적인 대안
흰 쌀밥도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입니다. 쌀은 도정 과정에서 껍데기가 벗겨지면서 소화 흡수 속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그래서 현미밥이나 잡곡밥으로 바꾸는 것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현미나 잡곡은 섬유질이 많아 소화 속도가 느리고, 혈당 상승도 완만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는 좀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당뇨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어르신들인데, 현미밥이 씹기도 힘들고 소화도 잘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실제로 내시경 검사를 하다 보면 잡곡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물론 이건 다이어트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소화력이 약한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다음과 같은 순서로 권장합니다.
-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다
- 소화가 안 되면 현미와 백미를 7:3 정도로 섞어서 먹는다
- 그것도 힘들면 백미 양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고, 반찬에서 단백질과 채소 비중을 늘린다
완벽한 식단을 고집하다가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선에서 조금씩 개선하는 게 낫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개인의 소화 능력과 식습관을 고려한 맞춤형 식이요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설탕과 약물 순응도, 둘 다 놓치면 안 됩니다
설탕은 혈당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가장 큰 주범입니다. 믹스 커피, 탄산음료, 이온 음료처럼 액체 형태로 들어가는 설탕은 특히 흡수가 빠릅니다. 운동 후 이온 음료를 드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온 음료도 결국 당 덩어리입니다. 과자 역시 탄수화물과 설탕이 동시에 들어 있어서 혈당 관리에 치명적입니다.
과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과일은 건강에 좋지 않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과일도 당분이 많습니다. 특히 수박이나 포도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은 혈당지수가 높습니다. 하루에 한 줌 정도, 대략 100~150g 정도만 드시는 게 적절합니다. 과일을 갈아서 주스로 만들면 섬유질은 사라지고 당분만 남아서 혈당이 더 빠르게 오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약물 순응도(Medication Adherence)입니다. 약물 순응도란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지시대로 잘 복용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약을 제대로 안 드시거나, 건강보조식품에만 의존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의사가 신중하게 선택한 당뇨약의 효과를 건강보조식품이 오히려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약만 먹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약을 안 먹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약과 식이요법은 동시에 가야 합니다. 제가 본 환자분들 중에는 약만 먹고 식이를 방치해서 결국 인슐린까지 가신 분들도 있고, 반대로 식이만 신경 쓰고 약은 안 드셔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둘 다 놓치면 안 됩니다.
당뇨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막막하고 답답하실 겁니다. 하지만 무엇을 덜 먹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식단을 조절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빵·떡·면 줄이기, 흰 쌀밥 대신 현미밥이나 잡곡밥 먹기, 설탕 섭취 최대한 끊기, 이 세 가지만 실천하셔도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달라지실 겁니다. 이미 좋은 당뇨약이 있으니, 무엇을 더 찾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드시는 약을 믿고, 식단을 조금씩 바꿔나가시길 바랍니다.
--- 참고: https://youtu.be/FFAtjiXQ8Yg?si=WD_BWKAdUsA0Bn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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