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 (당뇨 전단계, 고혈압, 식습관 개선)
혹시 우리 아이가 요즘 부쩍 살이 찌는 것 같진 않으신가요? 저는 소아 상담을 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소아비만 환자 수가 급증하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밥을 안 먹는 아이 때문에 오시는 부모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성장기인데 살을 빼야 하는 고민을 가진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 아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당뇨 전 단계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당뇨나 고혈압같은 질병의 경우 생활 전반에 걸친 관리가 필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유병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나이에 질병에 걸리게 되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걱정이 정말 많이 됩니다.
12살에 당뇨 전단계? 소아비만이 부르는 질병들
중학생 A 양은 최근 들어 피로감이 심하고 눈꺼풀이 자주 처지며 화장실을 자주 갔습니다. 체육 시간 후엔 기력이 없어 주저앉기 일쑤였죠. 걱정이 된 부모님이 병원에 데려갔더니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습니다. 바로 '당뇨'였습니다. 혈당 지수가 120을 넘는 상태였고, 의사는 잘못된 식습관과 소아비만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아비만으로 인한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란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등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몸속 대사 시스템이 무너져 여러 질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거죠.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소아비만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미성년자 환자가 꾸준히 늘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12살 B 양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현재 체중 60kg으로 비만 상태인 B는 얼마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트에 들러 간식을 잔뜩 사고, 집에서는 침대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휴대전화를 보는 게 일상이었죠. 할머니가 준비한 채소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기만 먹는 편식 습관도 문제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은 순간, 할머니는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저도 상담하면서 참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직 자기조절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나이인데, 친구들은 맛있는 걸 마음껏 먹는 걸 보면서 혼자 참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항상 가족이 함께 식습관 개선에 나서달라고 강조합니다. '나만' 하는 것만큼 힘든 건 없으니까요.
부모의 식습관이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
C 씨는 6개월 전 체중 감량에 성공했지만 두 달 만에 10kg 이상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을 겪었습니다. 첫째 임신 때부터 40kg가량 쪘고, 출산 후 운동과 한약, 시술 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살이 다시 찌는 악순환이 반복됐죠. C 씨의 가장 큰 걱정은 딸이 자신처럼 비만이 될까 봐 조바심이 난다는 것입니다. 성조숙증이나 성장이 빨리 멈출까 봐 걱정해 딸과 함께 운동하고 밥 양도 130g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D 씨 집도 비슷합니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D씨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아이들 체중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줄어든 활동량과 잦은 배달 음식이 문제였죠. 전날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아침은 채소 위주로 차리지만 아이들은 시무룩해하며 떡갈비나 치킨을 요구합니다. 결국 아이들 투정에 져 인스턴트 음식을 허락하게 되는 게 엄마들의 현실입니다.
E 씨는 15년 전 늘씬한 몸매였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30kg가량 살이 쪘습니다. 점심으로 돈가스 가게를 찾았을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시키고 메밀국수와 만두까지 추가했죠. 고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고칼로리 음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는데, E씨는 자신의 빨리 먹는 습관을 아이들이 닮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E 씨가 아이들 몰래 간식을 숨겨 먹는데, 아이들도 엄마 몰래 과자를 먹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문의들은 부모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저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 경험상 부모가 건강한 음식을 함께 먹지 않으면 아이만 따로 조절하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무작정 "야채 많이 먹어"라고 해서 먹을 아이는 없습니다. 무조건 부모가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친구와 달리 음식을 조절해야 하는 것에서부터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근데 가족까지도 함께 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지속가능한 식사요법을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고혈압부터 성조숙증까지, 연쇄 질환의 위험
소아비만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아청소년기에 체지방이 너무 많이 축적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호르몬 교란 및 내분비 장애: 성장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지면서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줍니다.
- 성조숙증 및 여성형 유방: 비만으로 인해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사춘기가 빨리 오거나 남자아이에게 가슴이 발달하는 여성형 유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지방간,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성인병으로 알려진 질환들이 어린 나이에 발생해 만성 질환으로 이어집니다.
- 수면 무호흡 및 관절 장애: 과도한 체중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무릎과 허리에 부담을 줍니다.
F 씨는 검사 결과 중성지방과 렙틴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렙틴(leptin)이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조절하고 에너지 소비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비만이 되면 렙틴 저항성이 생겨 아무리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F 씨는 공복 혈당도 정상보다 높은 당뇨 전 단계로 나왔고, 아들 도윤이도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비만인 '비만 공화국'이 되었다고 경고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활동량 감소, 풍성해진 식단, 수면 부족,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 증가, 특정 영양소의 과도한 섭취가 원인입니다. 요즘 건강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미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건강한 음식으로 돌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와 함께 바꾸는 식습관, 이렇게 시작하세요
저는 상담할 때 항상 "가족이 함께"를 강조합니다. 아이 혼자 조절하게 두면 실패 확률이 높고, 설령 성공해도 심리적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살이 쪄서 헐렁한 옷만 입게 된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돼지'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소아비만은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자존감 결여, 사회성 결여 같은 정신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우선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엄마 오늘도 늦게 가니까 치킨 사 먹어, 피자 사 먹어"라는 하루가 계속되면 아이 건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따뜻한 보금자리는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까지 신경 못 써줄 순 있어도, 항상 나를 지지해주는 부모가 있다는 안정감은 꼭 줘야 합니다.
식습관 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절해야 하는 아이도 힘들지만, 아이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야 하는 부모도 힘듭니다. 하지만 해내야 합니다. 무작정 야채를 강요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요리해보세요. 예를 들어 채소를 잘게 썰어 볶음밥에 섞거나, 고기와 함께 구워서 쌈으로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간식도 과자 대신 견과류나 과일로 조금씩 바꿔가는 거죠.
운동도 함께하면 좋습니다. C 씨처럼 딸과 함께 운동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혼자 하는 다이어트는 외롭고 힘들지만, 가족이 함께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저도 제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데, 부모가 된 이상 아무리 바빠도 아이 건강만큼은 챙겨줘야 합니다.
아이를 내팽개치고 바쁘게 살다가 10대에 당뇨에 걸리는 것만큼 후회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식습관에 신경을 못 써주는 집일수록 아이가 대충 '아무거나'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문제되는 식습관을 부모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여 쉽게 먹이는 경우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 아이 건강을 점검해보시고, 가족 모두가 함께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조금 늦었다 싶어도 지금 시작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kHAJsFpGLT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