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흡연 (혈관손상, 합병증, 금연효과)
저도 병원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다리가 부러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환자분이 휠체어를 끌고 흡연구역으로 향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대체 담배가 뭐길래 저렇게까지 고통을 감수하면서 피우러 가는 걸까요. 특히 당뇨병 환자분들에게 흡연은 단순히 건강에 안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약과 식이요법을 모두 무력화시킬 만큼 치명적입니다. 혈당을 올리고 혈관을 손상시키는 이중 타격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니코틴이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망가뜨리는 원리
담배 속 니코틴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팍팍 분비된다는 겁니다. 이 호르몬들은 간을 자극해서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꿔 혈액 속으로 쏟아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쉽게 말해 인슐린이 있어도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니코틴은 지방을 분해해서 유리 지방산을 늘리는데, 이 유리 지방산이 간과 근육에서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결국 인슐린이 아무리 많아도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제가 병동에서 만난 환자분 중에 약도 잘 드시고 식사도 조절하시는데 혈당이 계속 높게 나오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우고 계셨더라고요. 담배 한 개비가 그날의 관리, 그날의 노력을 모두 무너뜨리는 셈이었습니다.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몸을 녹슬게 만든다
담배는 몸속에 만성 염증을 만들어냅니다. 니코틴이 면역계를 자극하면 종양괴사인자(TNF 알파)나 인터루킨스 같은 염증 물질이 증가하는데, 이 물질들이 인슐린 수용체를 방해해서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TNF 알파'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이토카인으로, 체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물질입니다. 이런 염증 반응은 담배를 피우는 한 계속 쌓여서 인슐린 저항성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담배 연기 속에는 일산화탄소와 활성산소 같은 유해 물질이 가득합니다. 이것들이 우리 몸의 항산화 방어 체계를 무너뜨려서 세포가 손상되고 혈관 내피 세포에 상처가 생깁니다. 마치 금속이 녹슬듯이 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는 거죠. 이런 과정을 '산화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가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흡연하시는 당뇨 환자분들은 피부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감염도 자주 생기시더라고요. 원래도 당뇨환자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서 발관리를 잘해야하는데, 거기다가 유해물질 가득한 담배를 매일 몇번씩 피운다 생각해보세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혈관 손상과 합병증,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당뇨병은 원래도 혈관을 망가뜨리는 병입니다. 높은 혈당이 혈관 벽을 손상시키는데, 여기에 담배까지 더해지면 혈관 건강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담배 속 독성 물질이 혈관 내피 세포를 직접 공격해서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더 많이 달라붙게 만들고, 혈관을 더 빨리 막히게 합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출처: 미국당뇨병학회) 흡연하는 당뇨병 환자는 비흡연자보다 미세혈관 합병증 발병 위험이 24% 더 높았습니다. 눈의 망막, 콩팥, 손발 끝 같은 작은 혈관부터 손상되어 망막병증, 콩팥병증, 신경병증이 시작되는 겁니다. 여기서 '미세혈관 합병증'이란 당뇨병으로 인해 몸속 작은 혈관들이 손상되어 생기는 합병증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더 무서운 건 심장과 뇌혈관 같은 큰 혈관까지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심근경색과 뇌경색 발생 확률이 20%나 높아집니다. 저는 병원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하신 분들을 많이 봤는데, 그중 상당수가 흡연자였습니다. 꼭 밥 먹고 나서 담배 피우러 가시는 분들에게 참아보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중독성이 워낙 강해서인지 쉽지 않으신 것 같더라고요.
- 혈관 내피 세포 손상으로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기 쉬워집니다
- 미세혈관 합병증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 대비 24% 증가합니다
- 심근경색과 뇌경색 발생 확률이 20% 높아집니다
- 당뇨성 망막병증, 콩팥병증, 신경병증 진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금연은 나이와 관계없이 무조건 해야 하는 이유
나이가 있어서 이제 와서 금연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담배는 피운 총량과 총 시간이 몸에 축적되지만, 금연했을 때는 당뇨병 합병증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제가 직접 봤던 사례인데, 심한 당뇨성 신경병증으로 손발 저림이 심하셨던 환자분이 단 3개월 금연만으로 증상이 현저히 줄어드셨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 모두 당뇨병 환자에게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합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이건 단순히 혈당 조절 차원을 넘어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금연 초기에 체중이 늘거나 금단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 예방, 합병증 감소, 사망률 감소 등 이점이 훨씬 큽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연 후 1~2년만 지나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줄고, 5년 이상 유지하면 비흡연자 수준에 가까워진다고 합니다. 저는 병원에서 환자분들께 한 갑 피우시던 거 반 갑으로 줄여보시자고, 반 갑 피우시던 거 다섯 개비만 피워보시자고 설득을 많이 합니다. 진심 어린 조언인데도 잘 못 받아들이시는 분들을 보면 의욕이 꺾이기도 하지만, 몇몇 분들이 "맞습니다! 해보겠습니다" 하실 때는 정말 반갑습니다. 많이 도와드리고 싶구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합병증이 생긴 후에라도 금연하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 담배를 끊는 순간부터 우리 몸의 혈관을 포함한 전체 장기는 자가 재생 능력을 통해 회복을 시작합니다. 술은 그나마 두세 잔 허용이라도 되지만,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합니다. 금연은 혈당 관리뿐만 아니라 당뇨 합병증 발생도 막아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드리는 말씀은 항상 같습니다. "담배 끊고 앞으로 이 병원에서 보지맙시다!"
--- 참고: https://youtu.be/KxVcilvQr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