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음주 (술 종류, 적정량, 안주 선택)
대한 당뇨병 학회나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는 혈당 조절이 잘 되는 당뇨 환자의 경우 적당한 알코올 섭취를 반드시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환자분들 중에는 이 '적당한'이라는 기준을 지키기가 정말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술을 얼만큼 먹어도 되나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라면 이미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습니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당뇨와는 상관없이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날들이 오기도 하고, 습관처럼 드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술을 거의 안 먹고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무조건 끊으라고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게 또 안 되더군요.
당뇨 환자가 피해야 할 술 종류
가장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단맛이 나는 술일수록 당뇨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단맛은 과일이나 곡물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당분을 의미합니다. 과실주나 곡주는 원재료 자체에 당분이 많아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설명드릴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과일 첨가 소주입니다. 복숭아 맛, 자몽 맛 같은 과일 소주는 일반 소주보다 당류가 콜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달달하니까 부담 없이 마시기 쉽지만, 실제로는 혈당 관리에 가장 치명적입니다. 막걸리도 조심해야 하는데, 바닥에 가라앉은 누룩 성분이 체내에서 탄수화물 분해를 촉진시켜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킵니다. 와인 역시 제조 과정에서 당분이 많이 남아있어 당뇨 환자에게는 권장하기 어려운 술입니다.
맥주는 어떨까요. 맥주는 제조 과정에서 곡물의 숙성이 많이 포함되어 탄수화물 함량이 높습니다. 같은 양을 마셨을 때 칼로리 자체는 소주보다 낮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칼로리만이 아닙니다. 술에 포함된 당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맥주는 이 당분 함량이 상당합니다. 무알코올 맥주를 추천 드리면 환자분 열 명 중 열 명 다 아주 싫어하십니다. "그게 무슨 술이냐"고 되묻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저는 임신했을 때 무알코올 맥주 먹으니 술 먹는 느낌 나고 좋았는데 애주가의 입장에서는 영 아닌가 봅니다.
그나마 안전한 술과 적정 음주량
그렇다면 당뇨 환자가 마실 수 있는 술은 없을까요.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한 건 당분이 첨가되지 않은 일반 소주와 양주 같은 증류주입니다. 이들은 매우 정제된 알코올로, 불순물이 적고 당분 함량이 낮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소주와 양주는 양이 적어 과음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미국 당뇨 학회(출처: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 제시한 적정 음주량은 남성 기준 하루 두 잔, 여성 기준 하루 한 잔입니다. 여기서 한 잔은 알코올 약 15g에 해당하는 양으로, 일반 맥주는 종이컵 한 잔(약 175ml), 소주는 51ml가 기준입니다. 제가 이 기준을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겨우 그거를 어떻게 먹느냐"고 되물으십니다.
솔직히 이건 제 경험상 정말 지키기 어려운 기준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현실적인 조언을 드립니다. 많이 먹어봤자 한잔 더 추가해서 세 잔 까지라고 말씀드리며, 양이 중요하다면 맥주컵에 맥주로 세 잔을, 도수가 중요하다면 양주컵에 양주 세 잔을 드시도록 안내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글리코겐(Glycogen) 분해 능력입니다. 간은 혈당이 낮아지면 저장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혈당을 올리는데,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 분해에 집중하느라 이 기능을 제대로 못합니다. 쉽게 말해 혈당 조절 시스템이 마비되는 겁니다.
- 술 조절이 어려운 공식 자리: 맥주를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마신다
- 술 조절이 가능한 자리: 소주나 양주를 선택하되 엄격히 양을 제한한다
- 평소 혈당 관리가 잘 되었다면: 하루 한두 잔 더 마실 여유가 있다
- 평소 관리가 안 되었다면: 이마저도 안 된다고 협박처럼 말씀드립니다
술자리에서 안주 선택이 더 중요한 이유
많은 분들이 술 자체에만 신경 쓰시는데, 제 경험상 안주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는 필수로 먹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자체의 열량도 문제지만, 술과 함께 섭취하는 안주로 인해 총 섭취 칼로리가 급증하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술자리에서는 고칼로리, 고탄수화물 안주 대신 저열량, 저탄수화물 안주를 선택해야 합니다. 기름진 고기에 쌀밥, 된장찌개를 푸짐하게 먹기보다는 회와 야채스틱을 선택하는 것이 제일 괜찮은 방법입니다. 김, 치즈, 두부, 채소, 생선회 같은 안주가 좋은 예시입니다. 또 물을 좀 더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술 한두 잔에 무심코 고칼로리 안주를 많이 먹게 되면 그동안 지켜온 식습관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환자분들께 말씀드리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대한 당뇨병 학회에서는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당뇨병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저는 이 내용을 일부러 강조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나본 환자분들 중에는 술을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말씀드리면 더 조절하지 않고 많이 드실까 봐 걱정되었습니다. 당뇨 환자의 혈당 항상성(Homeostasis)은 췌장, 콩팥, 간 세 가지 장기가 균형을 이루어야 유지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손상되면 관리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특히 간은 혈당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과음은 절대 금물입니다.
정리하면, 당뇨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술을 끊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술 종류, 양, 안주 선택 모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평소 혈당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면 가끔 한두 잔 정도는 허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욱 엄격한 절제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대한 음주를 자제하려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술자리에서 급하게 마시기보다는 천천히, 안주를 신중하게 선택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https://youtu.be/VY4fKsyqkAs?si=5YDriGylgnFCb-du / https://youtu.be/-W7QOXKl6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