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콩팥병 (조기 진단, 식이요법, 알부민뇨)
당뇨 환자분들을 오랫동안 뵙다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당뇨만으로도 관리가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콩팥까지 나빠지기 시작하면 식사부터 약 처방까지 모든 게 복잡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당뇨 진단 후 25~30년 정도 지나면 신장 기능이 많이 저하된 분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특히 젊은 나이에 당뇨가 시작된 분들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 생각보다 흔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이란 지속적인 고혈당으로 인해 신장에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를 말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신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16.7%가 당뇨 환자일 정도로 유병률이 높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65세 이상은 무려 30.1%에 달합니다. 당뇨병이 만성 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뇨 환자가 늘어날수록 콩팥병 환자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료상으로는 전체 당뇨 환자의 약 1% 정도만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직접 뵙는 제 입장에서는 투석 환자분들이 정말 많아서, 체감상으로는 훨씬 더 많이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뇨 환자 3분의 1에게서 당뇨병성 콩팥병이 발생한다는 통계를 보면,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서 놓치기 쉽습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환자분들이 "소변에 거품이 생긴다"거나 "다리가 붓는다"고 느낄 때쯤이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콩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면 단백뇨로 인해 혈액 내 알부민이 감소하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고혈압 같은 문제들이 동반됩니다.
진단은 사구체 여과율(GFR)이라는 지표로 이루어집니다. 사구체란 콩팥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내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사구체 여과율은 이 사구체가 1분당 걸러내는 혈액의 양을 나타내는데,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를 통해 계산합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을수록 콩팥 기능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조기 진단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알부민뇨 검사입니다. 알부민뇨란 소변에서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이 검출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콩팥병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루 소변 알부민 양이 30mg 이하가 정상이며, 30~300mg이면 미세 알부민뇨, 300mg 이상이면 현성 알부민뇨로 진단됩니다. 소변 시험지 검사에서 알부민이 약양성 또는 1+ 이상 나오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은 사구체 여과율에 따라 5단계로 나뉩니다.
- 1단계: 여과율 90 이상, 기능은 정상이지만 혈뇨나 단백뇨로 콩팥 손상이 있는 상태
- 2단계: 여과율 60~89, 콩팥 기능이 약간 감소한 상태
- 3단계: 여과율 30~59, 콩팥 기능 감소가 뚜렷하며 60 미만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콩팥병 진단
- 4단계: 여과율 15~29, 기능이 매우 감소하여 요독 물질 배출이 어려운 상태
- 5단계: 여과율 15 미만,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단계
당뇨 환자는 매년 최소 1회 이상 알부민뇨 검사와 사구체 여과율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특히 알부민뇨가 확인되거나 사구체 여과율이 30 미만이면 반드시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당뇨만 있을 때와 콩팥까지 나빠졌을 때는 완전히 다릅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 자체이며, 유병 기간이 길거나 발병 시 고령인 경우, 혈압·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 흡연, 고지혈증, 비만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합니다. 이런 위험 인자들은 약물 치료와 금연, 운동, 건강한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환자분들을 뵙다 보면 습관을 바꾸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치료는 혈당 조절과 만성 콩팥병 관리를 병행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콩팥병이 진행할수록 오히려 저혈당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인슐린이나 당뇨약이 콩팥에서 대사되는데,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 약이 몸 안에 오래 남아 저혈당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당뇨약이나 인슐린 용량을 줄이거나 일부 약은 아예 중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혈당 조절 목표도 달라집니다. 일반 당뇨 환자는 당화혈색소 6.5% 이하를 목표로 하지만, 콩팥병이 진행된 환자나 고령 환자는 저혈당 위험 때문에 7% 미만을 목표로 합니다. 투석 환자의 경우 적혈구 수명 단축으로 당화혈색소가 낮게 나올 수 있어, 당화혈색소보다는 혈당 자체를 측정해서 조절합니다.
여기서 제가 환자분들을 뵙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바로 식사입니다. 당뇨만 있을 때는 혈당을 천천히 올리기 위해 잡곡밥을 권장했는데, 신장이 안 좋아지면 오히려 인 섭취를 줄이기 위해 흰쌀밥만 드셔야 한다고 교육합니다. 완전히 정반대죠. 이런 혼란 때문에 환자분들이 많이 헷갈려하십니다.
식이요법, 특히 저염식이 가장 어렵습니다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의 식단은 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기에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지만, 콩팥 기능이 저하될수록 단백질 대사산물이 축적되므로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소금(나트륨)은 혈압을 높이고 콩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저염식 실천이 필수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일반인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입니다. 국이나 찌개 섭취를 줄이고, 소금·간장·된장·고추장 같은 양념의 양을 반으로 줄여 조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저염식은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만성 콩팥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환자분들을 뵙면서 느낀 건, 저염식이 정말 지키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질병 때문에 이미 입맛이 없으신데, 소금양까지 줄이면 뭘 먹어도 맛이 안 느껴지고 식욕이 더 떨어진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몰래몰래 소금을 더 넣어 드시다가 부종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석 환자분의 경우 부종이 심하면 투석 횟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드리는 조언은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을 넣지 말고, 섭취 직전에 살짝 찍어 드시라는 것입니다. 같은 양의 소금이라도 입 안에서 바로 느껴지면 훨씬 더 짜게 느껴지거든요. 이런 작은 방법들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칼륨, 인산, 요산 같은 전해질 조절도 필요합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 배출이 어려워져서 바나나, 토마토, 채소, 고구마 같은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은 제한해야 합니다. 물 섭취는 무조건 제한하는 게 아니라, 너무 붓거나 소변량이 적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탈수를 막기 위해 적절한 수분 섭취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신독성 약물입니다. 대표적인 게 진통소염제인데,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장기간 복용하면 급성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을 처방받을 때는 반드시 본인의 콩팥 기능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건강 보조 식품이나 즙, 진액류도 조심해야 합니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어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의 후 안전이 확인된 필수 성분만 섭취하시길 권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알부민뇨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법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정기 검사를 통한 꾸준한 관리, 생활 습관 교정, 그리고 약물 치료가 예방과 진행 지연에 가장 중요합니다. 당뇨 진단을 받으셨다면, 지금부터라도 1년에 한 번씩 알부민뇨 검사와 사구체 여과율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youtu.be/jIFR3Lbma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