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초기증상 (다갈다뇨, 체중변화, 합병증)
당뇨는 건강검진만 잘 받으면 미리 잡을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2개월 만에 15kg이 빠져서 결국 입원까지 환자분들을 보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특히 시골에 사시는 분들 중에는 정기 검진을 받지 않아 당뇨 증상이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았습니다.
다갈다뇨다식, 전형적 증상의 함정
일반적으로 당뇨의 대표 증상은 다갈(多渴), 다뇨(多尿), 다식(多食)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다갈이란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현상을 뜻하고, 다뇨는 소변을 자주 많이 보는 증상, 다식은 평소보다 식사량이 늘어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의학 교과서에도 이 3대 증상(3다 증상)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요즘 많이 피곤하고 물도 자꾸 찾게 되더라"며 병원에 오신 분들 중 상당수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한 분은 "어쩐지 밥을 많이 먹는데도 살이 계속 빠지더라"며 3개월 만에 10kg이 감소한 후에야 내원하셨는데, 그때 측정한 혈당이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당뇨병 환자는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더 큰 문제는 당뇨 전단계 환자가 약 1,0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당뇨 전단계란 혈당 수치가 정상보다 높지만 아직 당뇨병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공복 혈당 100~125mg/dL: 공복혈당장애 단계
- 식후 2시간 혈당 140~199mg/dL: 내당능장애 단계
- 당화혈색소(HbA1c) 5.7~6.4%: 당뇨 전단계 위험군
체중변화와 피로, 놓치기 쉬운 신호들
일반적으로 당뇨 초기에는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생기면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세포가 이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짜 배고픔이 생기고 식욕이 증가하며, 과도한 인슐린이 지방 세포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체지방이 늘어나게 됩니다.
피로감도 흔히 간과되는 증상입니다. "요즘 유독 피곤하네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현대인 대부분이 피곤하다고 느끼다 보니 이 증상만으로는 당뇨를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슐린 저항성으로 세포에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심장, 눈, 신경,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게다가 높은 혈당은 수면 무호흡증을 유발하여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만성 피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력 저하도 주의해야 할 신호입니다. 과도한 포도당이 수정체에 영향을 미쳐 크기와 모양을 변화시키면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눈이 침침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망막 출혈, 녹내장, 백내장 등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손발 저림 역시 높은 혈중 포도당 농도가 혈전 생성을 유발하고 혈관을 손상시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 결과입니다.
합병증 예방,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
당뇨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온몸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머리에 있는 눈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높은 혈당 수치는 혈류를 느리게 만들어 상처 치유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 공급을 방해하고, 콜라겐 생성까지 저해합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분들은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고, 피부 건조나 가려움증도 자주 호소하십니다.
저는 입원까지 한 환자분들에게 "그나마 지금이라도 오셔서 다행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정말 큰일 납니다"라고 유독 강하게 말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약으로만 혈당을 관리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식사요법을 병행해야 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뇨에 잘 걸리는 유형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공복 혈당 장애가 있었거나, 부모나 형제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경우, 임신성 당뇨 경험이나 4kg 이상의 거대아 출산 경력이 있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또한 과체중,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스테로이드 같은 특정 약물을 장기 복용 중인 분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당뇨는 최소 5~10년의 생활 습관이 누적되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다가 증상이 심해졌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검진을 통해 공복 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결과를 확인한 후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당뇨는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고, 초기에 잡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합니다. 제가 본 환자분들처럼 너무 늦게 오지 마시고, 지금 바로 나의 혈당 상태를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youtu.be/djVOkX1NuEs?si=0ao5c5o4PQ4bET4M https://youtu.be/t9EK9L_TKto?si=als_QvduzyDTEm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