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민간요법의 진실 (여주, 돼지감자, 혈당 관리)

상담실을 찾은 한 환자분이 당뇨 진단을 받고 나서 병원 약은 끊고 여주즙을 한 달째 드신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돼지감자도 매일 삶아 드신다고 하셨죠. 혈당은 오히려 더 올랐는데도 "약은 몸에 안 좋으니 천연 식품으로 고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돼지감자, 여주 등이 당뇨에 좋다 라는 점은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실제로 종종 이런분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당뇨 민간요법의 실체를 제대로 짚어보려고 합니다.

당뇨 민간요법 - 돼지감자


여주와 돼지감자, 정말 천연 인슐린일까

여주는 필리핀에서 '암팔라야'라고 불리며 혈당 조절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입니다. 여주에는 P-인슐린(P-insulin), 모모르데신(momordicin), 카란틴(charantin) 같은 성분이 들어있어서 일부에서는 '천연 식물성 인슐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P-인슐린이란 인슐린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펩타이드 성분으로, 혈당 조절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모모르데신은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사포닌 계열 물질이고, 카란틴은 췌장 베타 세포 활성화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성분들이 실제 사람 몸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관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찾아본 논문들도 대부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끝나더군요. 게다가 여주는 100g당 칼륨이 상당히 높아서, 만성 신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고칼륨혈증(hyperkalemia) 위험이 있습니다. 고칼륨혈증이란 혈액 내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로, 심장 부정맥이나 근육 마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돼지감자는 더 황당한 오해가 있습니다. 돼지감자에 들어있는 이눌린(inulin)을 '천연 인슐린'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이눌린과 인슐린이 비슷하게 생겨서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다른 물질이었습니다. 이눌린은 그냥 식이섬유의 일종인 과당 중합체(fructan polymer)일 뿐이고,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이눌린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인슐린 기능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돼지감자는 100g당 탄수화물이 15g이나 되는데, 이걸 혈당을 낮춘다고 추가로 먹으면 오히려 혈당만 더 올립니다.

음식으로 당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착각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세상에 혈당을 낮추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음식은 칼로리가 있고 당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섭취하면 기본적으로 혈당이 올라갑니다. 다만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올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제가 당뇨 환자분들과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보리차를 하루 2리터씩 마시는데 혈당이 안 떨어져요"입니다. 보리에 들어있는 베타글루칸(beta-glucan)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있지만, 그 효과를 보려면 엄청난 양을 먹어야 합니다.

당뇨병 약의 혈당 강하 효과를 100이라고 했을 때, 건강기능식품이나 음식을 통한 효과는 기껏해야 5~10 정도입니다. 이건 제가 임상에서 직접 확인한 수치가 아니라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한 추정치지만, 실제로도 체감상 그 정도로 느껴집니다. 메트포르민(metformin) 같은 1차 당뇨 약 한 알의 효과를 음식으로 대체하려면, 하루에 보리밥 20공기는 먹어야 할 겁니다. 그러면 칼로리 과다로 오히려 혈당이 폭등하겠죠. 메트포르민이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당뇨병 치료의 기본 약제로, 실제로 천연물인 염소뿔풀(Galega officinalis)에서 유래한 성분입니다.

일부에서는 "천연물은 특허를 낼 수 없어서 제약 회사가 약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천연물에서 약을 개발하는 것은 전혀 금지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많은 약들이 천연물에서 유래했습니다. 디곡신(digoxin)은 디기탈리스라는 식물에서 나왔고,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나왔습니다. 만약 여주나 돼지감자가 정말 당뇨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면, 진작에 제약 회사들이 성분을 추출해서 약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효과가 미미하거나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1. 음식의 혈당 강하 효과는 약의 5~10% 수준에 불과합니다
  2. 천연물 유래 약은 얼마든지 개발 가능하며 실제로 메트포르민, 디곡신 등이 그 예입니다
  3. 건강기능식품을 과량 섭취하면 간과 콩팥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당뇨 관리, 기본으로 돌아가야

저는 당뇨 환자분들께 항상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음식은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겁니다." 여주든 돼지감자든 몸에 나쁜 음식은 아닙니다. 다만 이걸 약처럼 과량 섭취하거나, 병원 처방 약을 끊고 이것만 먹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 어르신 중 한 분은 여주즙을 하루 3병씩 드시다가 간 수치(AST, ALT)가 정상의 3배로 올라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AST와 ALT란 간세포 손상 시 혈액으로 방출되는 효소로, 수치가 높으면 간 기능 이상을 의심해야 합니다.

당뇨 관리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규칙적인 식습관과 적절한 체중 유지입니다. 고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둘째, 운동입니다. 걷기든 수영이든 종류는 상관없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셋째, 처방받은 약을 정확히 복용하는 겁니다. 약을 먹으면서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하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최근에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라는 신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해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이 약은 체중을 최대 20%까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비만을 동반한 당뇨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입니다. 고도비만 환자(BMI 30 이상)는 비만대사수술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실제로 이 수술 후 당뇨가 완화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런 새로운 치료법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민간요법에만 의존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생각에 공감합니다.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건 맞습니다. 다만 그건 건강할 때 균형 있게 먹으면서 병을 예방하는 의미지, 이미 병이 생긴 상태에서 특정 음식으로 치료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밥도 평소대로 먹으면서 돼지감자를 추가로 먹으면, 그건 단순히 칼로리와 탄수화물을 더 섭취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만약 돼지감자의 이눌린 효과를 보고 싶다면, 밥이나 감자 양을 줄이고 그 대신 돼지감자를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체 칼로리는 유지하면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뇨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기적의 음식이나 비법은 없습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꾸준히 먹고, 식사량을 조절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 이 지루하고 평범한 방법이 결국 가장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제 주변 어르신께도 이 말씀을 드렸더니, 처음엔 서운해하시더니 지금은 병원 약을 다시 드시면서 혈당이 많이 안정되셨습니다. 여러분도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마시고, 검증된 방법으로 꾸준히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 https://youtu.be/Com40Z-esu0?si=6OdRtAi2703bDBZ8 https://youtu.be/srHxU27VP0I?si=pyNYYaL1iEcCgF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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